충남 예산에서 지난주에 삼국 축제라고 해서 국밥 국수 국화로 축제를 열었습니다. 트레킹을 하고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려 봤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렇게 예산 시장에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도저히 기다려서 밥 먹기 힘든 상황이어서 자주 가는 국숫집에 들러서 잔치국수 중면만 하나 사서 나오는 길에 사장님에게 다른 곳에 국밥 먹을만한데가 없을까 여쭤보았더니 역 앞으로 가라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오는 길에 행사장에 백종원 대표님과 셰프 파브리가 음식 대회 심사하는 모습을 보고 우선 행사장을 바로 빠져나왔습니다. 막연하게 차를 끌고 예산역 앞으로 갔더니 역 바로 앞에 국밥집이 하나 보였습니다.
역전장터국밥
정말 예산역 바로 앞에 국밥집 하나가 있었어요. 가게 앞 천막 때문에 간판은 잘 안보였지만 이렇게 보이고 뒤쪽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가마솥에 소머리국물을 팔팔 끓고 있었습니다.
국숫집 사장님의 말을 듣고 막연하게 왔는데 다행히 국밥집이 있네요. 점심시간이 지난 3시쯤이었는데 가게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소머리국밥에서부터 각종 해장국과 소머리수육 등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소머리국밥을 먹으러 갔기에 소머리국밥을 바로 주문하였습니다. 잠시 기다리면서 있는데 기존 계시던 분들과 비슷한 연배의 남성 5분이 또 들어오십니다.
서로 인사를 하시길래 무슨 사이일까 궁금했는데 역 앞에 길게 줄지어 있던 택시의 택시 기사님들이셨습니다. 옆 테이블까지 합치니 택시기사님들만 10분이나 계시더라고요. 뭔가 맛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반찬은 간단하게 4개입니다. 총각무김치 깍두기 호박볶음 고추절임입니다. 딱 국밥용 반찬으로 적당합니다. 그리고 뜨끈뜨끈한 국밥이 같이 나옵니다.
그리고 방금 압력솥에서 갓 지은 밥을 퍼서 내주십니다. 사장님께서는 밥이 모자라면 더 줄 테니 이야기해 달라고 하시네요. 국밥의 국물이 정말 깔끔해 보입니다. 우선 국물을 먹어 보았는데.......
와..... 엄청 깔끔하게 개운합니다.
기름진 느낌도 전혀 없고 그렇다고 고기 잡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간혹 가다 소머리국밥집에서 잡내를 잡기 위해 마늘을 많이 넣어서 마늘향이나 맛이 강한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마늘향 또한 나지 않는데 냄새 하나 없고 깨끗합니다.
이런 깔끔한 국밥은 오랜만입니다. 거의 국물색은 갈비탕 같으면서 맛은 유명한 평양냉면집에서 파는 어복쟁반의 국물 같이 맑고 깔끔하고 시원합니다. 저는 후추를 조금 뿌려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소머리 고기가 엄청 고소합니다. 살코기는 부드럽고 살살 녹고 껍질 부분은 탱탱한 게 족발의 식감입니다. 사실 원래 국밥에 밥을 잘 안 말아먹는 편인데 이날은 조금 퍼 먹다가 바로 말았습니다.
밥도 맛있고 국물은 진짜 예술입니다. 그리고 김치들도 직접 담그신 김치여서 칼칼하고 맛이 너무 좋습니다. 깊은 맛이 사서 공급하는 식당의 김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가장 기가 막혔던 반찬은 바로 고추장아찌였어요.
칼칼한 고추가 국밥과 어울려 먹으니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간장의 맛이 국밥의 간을 딱 맞춰주고 국밥에 있는 고기를 저 간장에 콕 찍어 먹으니 정말 완벽한 궁합입니다. 국밥을 이렇게 맛있게 먹기 정말 오랜만입니다.
우연하게 예산을 찾았다가 국밥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국숫집 사장님에게 추천을 받고 찾아가게 되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좋은 식당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국밥을 국물까지 싹 비우게 된 해피엔딩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